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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기술'너희들에게 읽어주고 싶은 한편의 시

김용택 시인의 詩 '섬진강 1'. 내가 '자연'이라면, '21세기의 과학과 기술'너희들에게 보내주고 싶은 詩다. 예쁜 편지봉투안에 곱게 담아서 말이다. 너희들이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내달리다가 지치고 힘이 들때면, 이 시 한편과 함께 섬진강 줄기따라 걸어 볼 일이다. 그저 걷다가 강변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며 지난 날을 반성해 볼 일이다. 토끼풀꽃 향기도 맡아보고, 해 저무는 산등성이에 서보기도 하면서 자연과 마주앉아 놀아 볼 일이다.

과학과 기술, 너희들이 정신없이 발전하고 살아가고 있는 요즈음이다. 너희들이 섬진강 나루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면 좋겠다. 인류에게 폐를 끼치는 과학과 기술이 없었나 돌아 보면서 말이다. 자연에게 폐를 끼쳤던 과학과 기술이 없었나 돌아 보면서 말이다.

이 시 한편은 너희들을 훈계하려는 게 아니다. 첨단을 달리는 너희들이 그저 자연속에 한변 흙냄새도 맡아가며 뒹글어 보라는 의미다. 과학과 기술이여!

섬진강 1   

                          김용택

가문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전라도 실핏줄 같은
개울물들이 끊기지 않고 모여 흐르며
해 저물면 저무는 강변에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에
어둠을 끌어다 죽이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달아준다
흐르다 흐르다 목메이면
영산강으로 가는 물줄기를 불러
뼈 으스러지게 그리워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를 감고 돌아가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섬진강물이 어디 몇놈이 달려들어
퍼낸다고 마를 강물이더냐고.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서 껄껄 웃으며
무등산을 보며 그렇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노을 띤 무등산이 그렇다고 훤한 이마 끄덕이는
고갯짓을 바라보며
저무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라
어디 몇몇 애비 없는 후레자식들이
퍼간다고 마를 강물인가를.